그룹프로젝트를 할 때 현명하고 똑똑한 스탠스를 가지고 싶다. 제목은 방법에 대해 말할 것 같이 썼지만 사실 내가 알고싶은 것이다. 나도 모르겠다..😅
오늘 아침에 마지막으로 우리팀이 고용한 개발자 Martin과의 마지막 회의가 있었다. 우리팀 누구보다도 제일 열심히 일해주고 우리가 원했던 결과물 그대로 구현해주었던 Martin에게 너무 고마웠다. 저번주 회의에서 Martin이 마무리 해오겠다던 부분까지 완벽하게 다 끝내주었다. 결과는 정말 대만족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웹 어플리케이션이 아니었다. 모든 것을 다 구현하고 열심히 일했지만 그 결과물을 보여주는 프레젠테이션이 엉망진창이었다. (최소한 내 관점에서는 정말 아니었다. 그런데 그 누구도 이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없어서 의아했다.) 우리 팀원 중에 독일여자애가 항상 의견을 제시하고 참여를 잘한다. 우리팀에 플러스가 되는 부분도 당연히 있었다. 하지만 가끔 독단적으로 행동하거나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받는 과정에서 받아들이지 못한다. 프레젠테이션 만드는 부분에서 본인이 다하겠다고 주장하길래 내가 일부분을 맡겠다고 했다. 그런데 프레젠테이션 녹화날 아침이 되어서야 최종 슬라이드를 보여주어서 팀원들이 당일 스크립트를 준비하고 바로 녹화를 해야했다. 그러고서는 녹화 후에 프레젠테이션을 보니 빠진 부분이 한 두개가 아니었다. 그리고 비디오 녹화본도 본인이 다하겠다고 해놓고, 본인이 말했던 데드라인이 지나도 공유를 하지 않는다.
오늘 아침 Martin과의 회의를 끝나고, 어쩌면 나는 팀원들에게 더 화가 났다.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해야하는 것은 우리이다. Martin이 아니고. 그런데 아침 회의에 참여한 것은 나랑 팀원 4명 뿐이었다. 3명은 아예 회의 참여도 안한다. 각자 노느라 정말 바쁘다 ^^ 인스타 스토리에는 즐겁게 여행다니는 사진이 가득하다. 그래서 그룹 단톡방에 슬라이드에서 부족한 부분에 대해 지적하는 메시지를 보냈고, 독일 여자애는 본인이 만든 슬라이드에 대해서 부족한 점을 지적하니까 기분이 나빴던 모양이다. 독일 여자애는 하나하나 따지며 Wouldn't make sense 라고 결론지었다.
결국 이런 작은 헤프닝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겠지만, 오늘 아침에 이런일이 있었던 모양이라 내내 기분이 안좋고, 내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잔인하게도 우리학교 과제에는 Peer Assessment 점수도 포함이라 애들한테서 받는 평판 또한 중요하다. 이 점수는 말그대로 평판 점수이다. 열심히 하지 않아도 미움을 사지 않은 멤버에게 더 좋은 점수가 가기 마련이다. 그게 사람 마음이기 때문이다. 이해하는 부분이기에 더욱 더 잔인하게 느껴진다. 열심히 참여한 멤버일수록 갈등이 빚어질 수 있고, 제안이 재촉처럼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그룹의 마지막 결과물, 그 퀄리티를 위해서 열심히 피드백을 주지만, 피드백을 받는 입장에서는 본인 일에 대한 불만을 품는거라 당연히 기분이 안좋을 수 있다.
어떤 자세를 취해야 현명하게 그룹을 이끌 수 있고(최대한 미움을 사지 않으며), 결과물 또한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해본다. 실무가 아닌 학교에서 하는 그룹 워크이기 때문에 매니저 롤이 따로 없다는 점도 어려운 점이다.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일을 하려고 하니 피드백을 받는 입장에서는 '너가 뭔데 감히?'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이해하는 점이지만 이를 정말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목조목 다 따져가며 본인말이 맞다고만 주장하는 것은 협업에 있어서 매우 오만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오늘 아침에 내가 독일여자애한테 피드백을 줬을 때 기분 나빠하던 것을 떠올려보면 나는 결코 현명한 스탠스를 취했다고 생각할 수 없겠다. 왜냐면 내가 정말 확실한 리더 스탠스를 가져갔더라면, 또는 멤버들이 나를 신뢰한다면 무조건 내 피드백에 부정만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든다.
물론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결과물을 공유하지 않다가 프레젠테이션 당일 아침에 보내주는 사람도 잘못되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내가 준 피드백을 수렴하지 못하고 따지면서 본인이 맞다는 것만 증명하려는 태도는 잘못되었다. 하지만, 나 역시도 현명한 스탠스를 취하지는 못했다고 판단했다. 독일여자애의 답장에서 오는 분노는 없지만, 아쉬운 내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대외적인 스탠스가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서 조금 상처받았다. 아무리 누구보다도 열심히 해도 대외적으로(또는 정치적으로) 자신감이 없고, 좋은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없다면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을 것 같다. 결국 일만하다가 욕만 얻어먹는 억울한 스탠스를 가져가게 될 것이다.
나는 어떻게 현명하게 신임을 얻고 피드백도 기분좋게 전달할 수 있는 스탠스를 취할 수 있을까?
1) 생각 많은 모습을 보이지 말자. "어떻게든 잘되겠지"라고 생각하기
나는 가끔 What if 케이스들을 과도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이렇게 되면 망할텐데? 하면서 최악의 케이스를 먼저 떠올린다. 그리고 그런 불안한 감정이 표정에 드러난다. 이런 모습들은 사람이 너무 심각해보이고 쉽게 말을 못 걸게 만드는 것 같다..😅
2) 영어 실력을 끌어올려서 자신감있게 내 생각 말하기
우리 동양인들은 확실히 말하기 전에 더 신중하게 생각하는 편인 것 같다. 하지만 내 의견을 좀 더 자신감있게 피력할 필요가 있다. 나 역시도 부족한 영어 때문에 혹시 잘못 알아들으면 어떡하지라던지, 이게 틀리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하고 앉아서 말 할 타이밍을 다 놓친다.
또한,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 팀원들이 나를 덜 신뢰하는 것도 맞다..😓 확실히 영어 실력을 높여야한다..
오가는 말 다 알아듣고 다시 되묻지 않고, 내 의견을 간결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을 연습해야 한다.
3) 정치적으로 밀리지 않기
나 정치외교학과 출신인데 전혀 도움 안된다. 정치 완전 못한다. 계산해서 사람 사귀는 거에 젬병이다. 그래도 전보다는 많이 가식적인 웃음을 지을 수는 있다. 독일 여자애가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대도 팀원들이 제지하는 사람이 없다(예를 들면 프레젠테이션을 녹화 당일 아침에 가져온다고 해도 아무도 이상하다고 말하지 않음, 프레젠테이션 내용이 엉망이어도 이상한 것 같다고 지적하는 사람 아무도 없음). 이것은 정치적인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독일 여자애 친구들이 우리과에서 적극적인 친구들이라서(보통 유럽애들이 그렇다) 자기들끼리 커뮤니티도 세고 파티도 자주한다고 알고 있다. 중간에 알고 있는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함부로 못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같다. 나는 정치적으로 확실히 밀려있다.
일을 잘한다 = 팀원들하고 두루두루 잘지내면서, 본인이 맡은 일도 적당히 해내면서, 매사 자신감이 넘치며 자신의 의견도 여유롭게 말할 수 있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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