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간의 대학원 생활이 고달팠다. 무언가가 계속 결핍되어 있는 느낌이었고 채워지지않는 무언가 때문에 우울했다.
사람은 태어난 순간 고통스럽다고 한다. 더 나을거라고 선택한 길도 역시나 가시밭길처럼 느껴졌다. 대학원 들어오고 힘든 순간이 올 때마다 두 가지를 떠올렸었다. 하나는 한국에서 영업관리팀에서 일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이건 일생일대 절호의 기회이며, 그 구렁텅이에서 드디어 빠져나와 여기를 온 거라고.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보다 거지같았던 시간들이 있었던 것을 잊지말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번째는 싱가폴에서 일하던 순간을 떠올렸다. 매일매일 에너지로 가득했었고 성장하는 내 모습이 너무 대견하고 행복했었다. 그때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대학원 학위가 뒷받침이 되어줄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스스로 위안하면서 견뎌왔지만, 무언가가 계속 채워지지않는 느낌과 매일매일 하게되는 죄책감과 자책감에 우울증이 올 것만 같았다. 과거의 일들을 떠올리면서 우울한 현재의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불가능했다. 과거의 회상만으로 현재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었다.
나는 왜 이렇게 힘든 것인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었고, 오늘 아침에 눈을 뜨며 깨달았다.
“나는 내 인정이 필요했었고, 그 인정은 노력에서 올 수 밖에 없다. 방법은 하나다. 그냥 멈추지 않고 계속 하면된다.”
나는 대학에서 정치외교학과 무역학을 전공했었고, 인턴은 잡지편집 소일거리, 싱가폴 첫 직장에서는 영업, 한국에서는 영업관리로 2년 7개월을 일했었다. 나는 그 한번도 데이터, Digital Transformation, EPR system, Cybersecurity, Cloud를 배워본 적이 없다. 우리과 코호트들은 영국에서 학사를 공부했거나, 본국에서 Information systems 또는 CS를 하고 왔었다. 아무런 배경이 없는 나에게 우리과 공부를 생소하고 어렵게만 느껴진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게다가 영국 교육 시스템을 처음 접해보면서 확실히 다른점들을 발견했었고 짧은 기간안에 많은 것을 흡수해야만 살아남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깨닫고 살아남기까지가 시간이 걸리기도 했었고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한국으로, 어드민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물론 지금 너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감내해서라도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더 큰 것같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인정이 아닌 나 자신으로부터의 인정이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는 것은 불가피하고 사회활동을 해나가야 한다. 그 과정 속에서 받는 인정과 사랑도 내 자신감을 높여준다. 하지만 남들로부터 오는 인정에 의해 생겨난 자신감은 유효기간이 너무나도 짧다. 하루도 채 가지 않는다. 나는 대학원 과정이 시작한 2022년 10월 이후로부터 남들로부터 받은 인정, 나에 대한 인정 둘다 받아보지 못해서 결핍을 느끼고 있었다. 나도 사회적 동물이기에 느꼈던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인정 결핍에 의한 우울감, 그리고 내내 자신감 없이 죽은 영혼처럼 다녔던 것은 나 자신으로부터의 인정 결핍이었다.
나에 대한 인정을 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영광을 떠올리거나 과거의 암울한 과거에 빗대어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온전한 노력과 조금씩 배워가면서 얻는 배움의 성취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조금해서는 그 인정을 받을 수가 없었다. 왜냐면 해야할 일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미친듯이, 내가 힘들다고 느끼면서도 낑낑대면서 계속 고군분투하면서 얻는 나 자신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미친듯이 꾸준히 하는 것. 그것만이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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