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밤에 싱가폴을 떠난다. 뭔가 충분한듯 아쉬운듯 싱가폴에서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5년 간 그토록 그리워했던 싱가폴이었고, 다시 돌아왔다. 부푼 마음을 갖고 왔지만 사실 생각했던대로 기회가 있었다거나 살고싶다고 생각들지는 못했고, 사실 그 반대로 싱가폴은 여기서 끝이구나 싶었다.
싱가폴이 안좋았다는건 아니지만, 나에게 주어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없을 거라고 느낀 것과 이제 혼자 사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코트라 세일즈 직무 멘토링에 참여해서 싱가폴에서 IT회사 세일즈로 오래 일하셔서 현재 리드의 직급으로 일하시는 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외국에서 한국인으로서 리드라는 세일즈 리드라는 직급에 오르기까지 정말 많은 노력이 있으셨을 것이다. 여전히 사람과의 스트레스, 실적에 대한 압박으로 최근에는 두드러기로 고생하셨다고 했다. 물론 세일즈 직무가 쉽지 않겠다는 것도 있었지만, 내 기질과 성향이 세일즈와 맞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나는 새로운 사람들과 서스럼없이 어울리기가 어려웠고, 세일즈 직급처럼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직무는 없을텐데 나에게는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최근 길어진 취준기간으로 사람 대하는 것이 오랜만이라 어색한 것도 있었지만, 성향상 상처를 쉽게 받기도 하고 영업이라는 영역은 가장 자신없고 나에게는 제일 어려운 것이었다. 노력한만큼 되돌려받지 못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또한 어려운 점처럼 느꼈다.
싱가폴에 체류하는 4주동안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조금 외진 지역에서 단기 룸렌트로 지냈다. 이 경험으로 다시 한번 하우스를 쉐어하는 일에 대한 어려움을 느꼈고, 싱가폴 외곽지역의 생활을 통해 일반 싱가폴 서민층의 전형적인 생활을 경험해볼 수 있었다. 내가 6년 전엔 워낙 시티와 가까운 곳에서 거주하기도 했고, 리버밸리라는 부촌에서 지냈어서 실제 서민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적었던 것 같다. 그런데 솔직히 빈부격차나 고령화된 사회도 엿볼 수 있었고, 자본주의의 삶을 또다시 느꼈다랄까. 그리고 룸렌트는 몇가지 이유로 다시는 못할 것 같았다. 특히 집주인과 거주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빨래, 부엌사용, 보일러사용, 에어컨사용 등등 생활에 많은 제약이 생긴다.
코트라 멘토링 참여했을 때 어쩌다가 앉은 자리가 코트라 직원분의 맞은 편이었어서 취업자리나 시장상황에 대해 물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희망연봉을 물어봐주셔서 내가 월 5000 싱달러 정도 생각한다고 말했었다. 사실 이 수치가 나온 것은 면접제의가 온 포지션 공고의 연봉 레인지가 5000-10000 싱달러로 책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직원 분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
돈은 시니어 급이 세일즈 커미션을 받이야 그 정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서 싱가폴에서 취업하면 혼자 살 스튜디오를 찾는다는 말에 처음왔을 때는 룸쉐어를 해야할 것이라고 하면서 내가 싱가폴 현지상황을 너무 모른다는 식으로 보는 것 같았다. 그 말도 당연히 맞는게 나는 현지상황을 잘알만한 기회가 없었고, 현지에서 일하는 친구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JD만으로 연봉선을 예측했던거였다.
집&차 문제가 나에게는 이제 디폴트가 되어버렸고, 앞으로의 삶을 함께 할 동반자가 있기 때문에 한국행이 확실시 되었다. 영국/싱가폴/한국의 장단점을 모두 서술해보았을 때 영국은 삶의 질이 나쁘고, 싱가폴은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을만한 포지션 찾기가 어렵고, 한국은 내 마음이 불편하고 기회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내 마음을 잘 돌보고, 좋은 기회만 잡을 수 있다면 한국행도 나에게는 좋은 옵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결정을 내리고난 후, 끄라비 여행 영향도 있었고 불상을 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게 있었다. 그래서 작은 나무 불상 모형을 구입했다. 뜬금없지만 불교가 내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고 정신수양하는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싱가폴을 떠나기 전 복잡했던 마음과 생각이 깨끗하게 정리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커리어적으로는 잠시 멈춤이었지만 개인적인 성장과 경험의 폭이 넓어진 것은 내 삶에 아주 큰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도 이 때의 생각들과 경험으로 한국에서 잘 지낼 수 있기를 스스로에게 바란다.
아 그리고,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싱가폴 떠나기 전 시티를 한번 더 보고싶어서 왔는데 사람들이 유독 많은 것이다. 역시 주말은 주말이구나 싶었는데 공군 훈련을 하고 갑자기 폭죽이 터져서 오늘 뭐하나? 궁금한 상태도 마리나베이 샌즈 맞은편에 갔더니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오늘은 8월 9일 National Day of Singapore 이전에 토욜에 불꽃놀이 예행연습(?)날이었다. 밤 8시 15분부터 시작해서 13분정도 했던 것 같다. 정말 환상적이고 레전드였던 불꽃놀이였다. 내 앞날을 응원해주고 축복해주는 것처럼 폭죽을 터트려주었다. 너무 행복했고 감동해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싱가폴은 나에게 많은 깨달음과 가르침을 주었던 곳이다. 이번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중에 여행을 오거나 아니면 또 다른 기회로 살러올 수 있는 거니까 너무 아쉬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웠던 곳에 다시 올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고, 아쉬움을 떨쳐낼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다. 다음에 또 만나자 싱가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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