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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노트 ✈️/싱가포르 한달살기

싱가폴 창이공항 커피빈에서 끄라비행 비행기 기다리면서

by Hayley S 2024. 7. 7.

 

우기의 싱가폴은 하늘에 빵꾸가 난 것만 같다.
공항 가는 길부터 순탄치 않았다..
결국 들어온 레스토랑..
그래, 돈 쓰는게 최고지.


오늘은 7월 7일이다. 싱가폴에서 지낸지 20여일정도 지났고, 오늘은 잠깐 태국 끄라비로 4박 5일 여행을 간다. 빨리 나와서 창이공항몰에서 수영복도 사고 밥도 먹으려고 했는데 비도 오고 시간도 애매해져서 그냥 바로 출발 게이트가 있는 터미널4로 왔다. 끄라비는 한국에서 가려면 경유 1번은 해야해서 최소 8-9시간 정도 걸리고 보통은 10시간 걸리는 곳이라서 앞으로 쉽게 가지 못할 것 같아서 싱가폴에 있는 동안 끄라비를 다녀오기로 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일을 시작하면 맘편히 휴가가는게 쉽지 않아서 마지막 혼자 보내는 휴가라고 생각하고 마음편하게 다녀오려고 한다.


숙소에서 창이공항까지 25분정도 걸리는 거리이지만 택시를 타기에는 돈이 아까워서 밥값은 벌자라는 생각으로 버스타기로 했다. 중간에 한번 환승해야하고 1시간 10분정도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끄라비 가는게 어딘가 싶어서 신나게 집을 나선 순간, 하늘에 구멍 뚫린 것처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뭐 익숙해질만도한 갑자기 바뀌는 날씨, 갑자기 내리는 쏟아지는 비, 갑자기 몰려오는 먹구름, 갑자기 치는 천둥번개인데도 막상 비를 맞으니까 캐리어도 다 젖어버리고 시작과 동시에 모든게 다 축축해져버렸다. 후..

버스타서 무념무상으로 앉아있다가 환승을 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도 꽤 많았고 자리도 애매했었다. 캐리어랑 같이 타는게 좀 어렵긴 했다. 그래도 어쩌겠나.. 구글 지도 따라서 가다가 공항 밖에서 내릴 뻔한 참사를 막고, 터미널3에서 내려서 터미널4로 자체운행버스를 타고 갔다. 그런데 앞에 중국 일가족이 새치기를 하려고 해서 내가 앞으로 좀 움직였다. 그런데 뭐가 그렇게 급한지 뒤에서 자꾸 꾹꾹 내 옆구리를 찌르는 것이다. 뒤 돌아보니 일가족 중 한명인 아저씨였다. 딸까지 있는 아저씨가 빨리 가라고 앞에 있는 사람 옆구리를 꾹꾹 찌르는게 진짜 결국 폭발해서 뭐라고 했다. 그런데 영어로 안나오고 한국말로 나왔다. 일단 딱봐도 중국인이라 영어하면 못알아들으니까 걍 한국말로 질렀다. “왜 자꾸 밀어요”…. 어차피 못알아들었을거다.

밥 한끼도 안먹고 나와서 너무 출출하고 힘들었다. 장댓비가 내리는 속에서 꿋꿋이 버스를 타고 공항에 와서 푸드코트를 찾아서 올라갔다. 호커센터처럼 조금 저렴하면서 복잡하고 깨끗하진 않은 분위기였지만 일단 여기서라도 먹어야겠다 싶어서 치킨+칠리+밥+오이+계란 이렇게 있는 나시르막 같은걸 시키려고 서있었다. 그랬더니 안쪽 주방에서 중국말로 뭐라뭐라 했다. 그래서 내가 헬로우 해봤다. 그런데 아줌마 표정이 여기서 한번 일그러지더니 카운터로 와서 중국말로 공격을 하다시피 말하더니 칠리 어쩌고저쩌고 말해서 내가 쏘리? 하니까 스파이시!!! 이렇게 소리치는거다. 엄청 당황스러웠고 이제 그만 중국인으로부터 기분이 상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오더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하고 나왔다.

왜 나한테 이런일이… 여행 시작부터 삐그덕대고 있다. 그래서 상처받은 마음을 안고 오른편으로 쭉 들어가니 고급식당가가 펼쳐졌다. 그냥 배고파서 들어갔더니 영어로 말을 걸고, 친절하게 자리를 안내해줬다. 싱가폴은 그런 나라인 것 같다. 돈이 있으면 좋은 동네 살면서, 좋은 인프라가 있고, 영어사용이 되는 곳에서 생활한다. 그런데 돈이 없으면 외곽쪽으로 빠져서 고령화된 동네 (보통 60대 이상분들이 영어사용을 안한다.) 에서 소통이 안되면서 살아야하고, 인프라도 후지다. 어느 국가가 그렇지 않겠냐만은 그래도 우리나라는 경기도 신도시는 젊은사람들도 많이살고 인프라도 잘되있는데 싱가포르는 외곽은 살기가 어려워보인다. 일단 내가 이번에 잡은 숙소가 북쪽에 위치해있는데 경험상 서쪽보다 북쪽이 별로인 것 같다. 일단 고령화가 조금 심각한 것 같고, 영어 사용이 안되서 진땀이 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고, 식당이나 몰 인프라가 좋지 않다. 다시와서 산다고 하면, 무조건 남자친구랑 같이 와서 집을 리버밸리 오차드 뉴턴 노비나 이런데에 잡아야 하고, 룸렌트가 아닌 둘만 살아야 한다. 이 조건이라면 싱가폴에서 만족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 외국에서 산다는게 커리어적으로 목표도 달성하고, 개인적으로 외국에서 살면서 견문도 더 넓히고, 영어로 근무할 수 있고, 다양한 문화에 더 노출되는 좋은 영향도 있지만 사실 기본적인 주거나 차를 포기하는 것도 있고, 가족과 멀어진다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기본적인 주거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쉽지 않다. 싱가폴도 결국 중국인들이 만들어낸 국가이기 때문에 중국문화가 깔려있고 중국인스러운 부분이 있다. 본토 사람들과는 다른건 분명하지만 그래도 중국어를 사용하고 중국문화를 따르는 싱가포리안을 보면 같은 아시안이라도 분명한 다른 문화를 가진 것 같다. 그래도 본토 중국인들과 싱가포리안을 구분할 수 있다. 본토 중국인들은 눈빛이 멍하고 아무 생각이 없어보이고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다. 목소리가 크고 억양이 더 강하다. 교양과 매너가 없고 옷차림이 촌스럽다. 그에 비해 싱가포리안은 좀 더 조용하고 주변을 의식하고 눈빛이 좀 더 살아있다. 매너가 있고 옷차림이 덜 촌스럽다. 내가 느껴지는 기준은 그러하다.

혼자 여행다니는게 이제는 좀 심심하고 어렵다. 그래도 혼자 여유롭게 하고싶은 거 하는 여행이 당분간은 없을 수도 있으니까 잘 다녀오자..! 무릎 다쳤으니까 이번 여행은 쉬는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