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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록 📆/나의 서울 라이프

KPMG 과정 마지막 날 일기

by Hayley S 2025. 2. 13.

오늘 KPMG 마지막 날이다.. 며칠 전부터 계속 이제 끝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많이 먹먹해지고 아쉬운 감정이 들었다.


날짜를 세어보니 딱 4개월이었다. 작년 10월, 이 과정을 들을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 영국에서 취준을 포기하고 귀국하는 길에 싱가포르에서 IT 영업직군을 지원해보려고 6주 간 싱가포르에서 지낸 뒤, 9월이 가까워져서야 한국으로 들어왔다.

한국 들어와서는 장성 집에서 지내면서 도서관에서 컨택할 교수님 리스트를 짰고, 마음 속에서 계속 일렁이는 자기불확신과 불안함 때문에 힘들었다. 박사가 하는 일을 잘 알지 못했고, 내가 학계에 맞는 사람인지도 모르겠었고, 어떤 학교 / 교수님 / 전공 / 대학원을 가야할지 모르겠어서 계속 되는 물음표 속에서 살아야 했다.


그러다가 KPMG 과정 광고를 인스타그램에서 보게되었다. 이때 나는 이 프로그램을 들어서 잃을 것을 없을 거라고 생각하여 보자마자 바로 지원을 했고, 다음날 면접 이메일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노량진 근처 고시원까지 알아보면서 연속되는 불확실함이 쉽지 않았다. 결국 서울 동생집에서 잠시 지내기로 했었다.

어쨌든 그렇게 우여곡절과 고민 끝에 KPMG 과정을 시작하여 4개월이 되가는 시점에 그만두게 되었다. 수업 진도는 모두 끝이 나고, 오늘부터는 마지막 대형 프로젝트 기간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3월 초에 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었다. 작년 하반기 때 그토록 고민만 하던 모든 부분에 대한 궁금증과 불확실함이 거의 85%이상 해소된 것 같다.
운이 좋게도 좋은 교수님과 연이 닿게 되었고, 나와 잘 맞는 분야 그리고 하고 싶은 분야를 잘 찾아서 입학하게 되었다.


오늘 4개월 간 많은 것을 가르쳐주신 선생님과 점심을 먹게 되었다. 선생님이랑 단둘이서 얘기해본게 두세번정도 되는 것 같다. 내가 힘든 시기에 있을 때 내 표정과 얼굴을 아시기에 박사 정해지고 나서 얼굴이 좋아졌다고 말씀해주셨다. 선생님은 정말 국비지원 프로그램이지만 기대한 그 이상의 것을 가르쳐주셨다. 데이터 분석이나 머신러닝, 딥러닝, 인공신경망 파트 모두 스킬적인 면이나 이론적인 면을 정말 잘 가르쳐주셨고, 또 거기에 더해서 사회생활 태도나 살아가는데 필요한 덕목들도 많이 알려주셨다.

선생님과 점심 대화에서 오늘 또 새로운 인사이트들을 얻었다.
1) 경제학 / 원론적인 부분을 연구하기
워낙 기술이 너무나도 빠르게 바뀌고 있어서, 내일 당장 내가 생각하는 게 세상에 나올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연구는 원론적인 부분으로 접근하면 좋다. 내 분야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방법론은 기술(추천시스템) 이런걸로 하되, 연구는 원론적이면서 경제학 부분을 해라. 경제학 공부를 잘해야한다.
요즘 취업도 석사나와서 데이터 다룰줄 안다고 하더라도 현업 데이터로 실제 프로젝트를 해본 사람을 선호하는, 실제 경력자들만을 구하고 있기 때문에 석박사 나와도 취업이 어렵다고 한다. 석사에서 데이터 해봤다고 해도 높이 쳐주지 않는다.

2) 연구 주제 빨리 정해서 4년 안에 졸업을 목표로 하기
석사 주제와 박사 주제가 다른 것처럼 석사 주제는 조금 기술적인 부분으로 다룬다면 박사 주제는 아주 파고들어서 사회과학적 측면에서 어떤 효과성을 보이는지 찾는 것이다. 선생님이 마지막 최종 프로젝트를 조금이라도 하고 가라고 했던 이유는 그 주제로 소논문이라도 쓰게 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기술적인 부분들은 소논문 주제로 만들어라.
박사 시작하면 처음에는 연구 주제 잡느라 고생을 할 것이고, 4년은 후딱 지나갈거라고 하셨다.

3) 자신의 캐릭터 정립하기
선생님께 그간 가지고 있었던 고민을 말해보았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프로젝트 당시에 팀원들을 설득하기 어려웠던 점들과 순한 인상 때문에 내 말이 힘이 안 실어지는 점들이 힘들었다고 말씀드려보았다.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나에 대한 인상은 '올바름'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남에게 피해주기 싫어하는 점이 보인다고 하셨다. 선한 인상을 가지면서 결정적인 의사결정과 해야할 말들을 정확히 하기만 하면 된다고 하셨다. 모든 캐릭터는 다 장단점이 있고, 내 캐릭터도 장단점이 있다고 격려해주셨다.

4) 마이웨이로 살아가기
선생님이 반성이라는 의미는 내가 나를 뒤돌아봤을 때, '이랬으면 안됐다.'라고 느끼면서 후회하는 것이 반성이고, 남이 나에게 '이렇게 하지마라', '이러면 안된다'라고 했을 때 두가지로 반응하면 되는데 첫번째는 맞춰주는 것이고, 두번째는 설득하는 것이라고 한다. 맞춰줘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아 그렇구나. 내가 맞춰줄게.'라는 생각처럼 맞춰주고, 설득해야하는 상황이라면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말하면 된다. 그럼에도 설득이 안된다면 머리 아파하지말고 나랑 안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넘겨버리자.

남 헐뜯지 않고, 남의 말을 전달하지 않고, 내 캐릭터를 유지하면서 휘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4개월 간의 KPMG 과정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