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싱가폴 체류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어쩌면 이번에 마지막으로 방문하는 걸지도 모르고, 이제 바빠지면 혼자 이렇게 아무 약속과 제약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마리나베이샌즈 아침요가’였다. 일단 내가 요가라는 운동에 가장 관심이 있고, 마리나베이샌즈 위에서 하는 요가는 정말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았다.
“The session will be held at Observation Deck, Tower 3, Level 56. Our Fitness team will meet you at Tower 3, Level 1 – Near CE LA VI Express Lift.”
찾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타워 3 입구에 위치한 엘리베이터 앞에 트레이너 한분이 서계신다. 이름을 말하면 엘리베이터를 잡아준다.
엘베타고 56층에 내리면 CBD가 한눈에 보이고 360도 뷰를 볼 수 있었다. 솔직히 너무 멋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벌어질 일은 상상도 못한채..😓
이 날 아침 5시 반에 일어나서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환승해서 급하게 갔었다. 세션이 7시 반 시작에다가 정확한 입구 위치를 모르겠어서 더 빨리 가려고 급하게 갔었다. 다행히 수업 시작 20분 전에 도착했다. 마음도 급하고 빨리빨리하려다가 결국 일이 일어났다.
멋있는 뷰를 구경하다가 “어, 가든스바이더베이도 보이네?”하고 아래까지 찍어보려고 쭈구려 앉았다가 요가복도 갈아입어야했어서 급하게 오른쪽 무릎 하나로 일어나다가 무릎이 어긋나버렸다… 순간적으로 무릎 근육이 비틀어지고 어긋나는 느낌을 받았고 옆에 보이는 벤치에 앉았다. 10분이면 나아지겠지 했는데 도저히 일어서지를 못하겠고, 걷는 것은 불가능해보였다.
한국에 있는 남자친구한테 연락을 하니 여기냐고 물어봤는데 딱 슬와근이 아픈게 맞았다. 큰일이났다. 나는 이정도로 무릎이 아픈적이 없었고.. 뭔가 큰일이 났음을 직감했다. 병원비는 얼마나 들까.. 앰뷸런스 불렀다가는 100만원 깨질 것 같고.. 지금 아예 일어설 수가 없는데 외진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 주변에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었다. 호텔 리셉션에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해야할까.. 온갖 생각이 들고, 다리를 계속 움직여보려했지만 도저히 걸을 수 없었다.
멍하니 멘붕상태도 이 뷰를 50분가량 보고 있었을 때, 때마침 내 앞에 시큐리티가 지나갔다. 붙잡고 내가 지금 앉았다 일어났는데 걸을 수가 없다. 무릎에 문제가 생겼다고 설명을 했다. 그랬더니 기다려보라고 휠체어를 가져오겠다고 했다. 역시 5성급 호텔 서비스 다웠다. 무전때려서 환자있다고 말한 뒤 바로 휠체어 가지고 왔다.
친절하게 응급실갈지 아니면 택시타고 병원에 갈지, 집에 갈지 나한테 물어봤다. 그래서 나는 고민 뒤에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Raffles Medical로 갔다. 택시 아저씨는 잠깐 휠체어 가져온다고 하면서 미터기는 점점 올라가고 10분거리를 2만원이 나왔다.
병원에 도착하니 여권 있냐고 물어보고 신상정보를 적어라고 했다. 휠체어에 탄 채 작성했고, 응급실은 왜인지 사람이 없었다. 바로 의사를 만날 수 있었고, 상황을 설명하니 어디서 떨어진건 아니라서 뼈 문제는 아니고 근경련 또는 인대파열로 보인다고 했다. MRI를 찍으려면 비싸서 한국에 언제 돌아가냐고 물었고 2주뒤라고 하니 한숨을 쉬셨다 ㅠㅠ 싱가폴에서 MRI를 찍으면 1200-1500달러이고, 주말이거나 평일 저녁이면 더 비싸다고 했다. 나는 한국에 가서 찍겠다고 하고, 응급처치만 받겠다고 했다.
간호사가 처치를 해주는데 완전 아마추어였다. 휠체어를 끌다가 문에 박아서 아픈 내 다리에 충격을 가했고, 커튼을 쳤는데 내 발이 커튼 밖으로 나가있고, 붕대를 감는데 헐렁하게 감았고, 목발 사용법을 모르는 것 같았고, 높이 조절을 알아서 하라고 시켰다. 하하;;
그리고 수납의 순간이 다가왔다. 응급처치만 해달라고 했고, 붕대만 감았고, 목발과 약만 받아와서 100-150달러 예상했다. 결과적으로 330달러 나왔다..
프로페셔널하고 빠르고 정확한 한국 의료 시스템이 그리워진다.
목발을 짚고 힘겹게 집으로 돌아왔다. 문턱을 못 넘을 정도였어서 어쩔 수 없이 신발신고 집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타이거 파스를 붙이고 잠깐 30분 눈을 붙이고 일어났다.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서는데 충격과 통증으로 끙끙 앓았다. 그리고 얼마 안지나 일어서게 되었고, 걸을 수도 있게되었다.. 😅
결국 타이거 파스가 다한 것 같다 😅 그리고 소염제랑 붕대, 발목을 받아온걸로 35만원 썼다고 생각한다. 아깝긴했고 어이없는 처치였지만 당시엔 걸을 수 없어서 병원행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비싸고 맘아픈 병원 경험이었다. 병원비가 비싸고 실력이 뭔가 엉성해서 다들 응급실은 정말 위급할 때만 찾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응급실에 아무도 없었다.. 아무튼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지고, 해외생활의 어려움을 다시한번 깨달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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