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상사가 되는 것은 참 어려울 것 같다.
나는 주니어라서 지금까지 두 명의 상사를 만났는데 둘 다 썩 나랑 잘 맞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매니저도 아래 애들이랑 융화되어 잘 따르게 만드는 것도 참 어려울 것 같다.
첫번째 상사는 가르치려는 열정이 너무 과도한 나머지 항상 화가 나 있었고, 회의실로 계속 불러내 1대1 면담을 가졌었다. 상사로부터 배울 점이 많았더라면 혼나도 억울하지 않았을텐데 이제 갓 매니저가 되어 매니저 놀이를 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쓸데없이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를 다 지적해댔다. 예를 들어 내가 서플라이어와 통화하면서 웃어줬다고 혼난 적이 있었다. 웃지말고 서열을 지키며 갑질하라고 했다.
다른 팀 매니저들은 차분하게 일을 하고 있는데, 내 매니저는 마음만 앞서가서 뭔가 혼자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뚱딴지 같은 소리만 하고 있었고, 심지어 외근나간다고 나가서 놀다들어와 사장한테 혼나기 일쑤였다. 그런 상사를 어떻게 믿고 따를 수 있었을까.
두번째 상사는 첫번째와 완전 정반대였다. 첫번째 상사는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지적할만한 건덕지를 찾으려고 눈에 불을 키고 있었다면 두번째 상사는 나를 투명인간 취급했다.
입사 후 따로 인수인계는 없었고, 이메일 히스토리와 전임자가 남기고 간 워드파일로 스스로 익혔다. Admin일이라서 단순작업 일들은 3개월 안에 다 알게 되었지만 해외지사간 동료들, 한국 다른 부서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천천히 익숙해져갔다. 6개월이 지나고,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매니저는 나에게 어떤 조언이나 피드백을 주지 않았다. 업무에 대한 질문을 해도 나중에 알려준다는 말만 하고 넘어갔다. 결국 시간 지나도 안알려줌...😓
2년이 지나고서야 매니저의 성격이나 성향을 이해하게 되었다. 매니저는 여기 한 회사에서만 15년 이상을 일했고, 내 포지션에서 일하다가 나간 사람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에 알려줘봤자 퇴사 혹은 이직해버리는 일의 반복을 겪으면서 더이상 주니어를 키우려는 욕심이 없었으며, 원체 성향이 욕심이 없고 의욕적이지 않은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회사에서 롤모델 삼을 만한 인물이 없었고, Admin 일이라서 딱히 커리어적으로도 발전이 없어서 회사생활이 더욱 힘들었다.
한번은 북유럽 본사에서 갑자기 아이템 가격을 상의없이 내려버려서 우리 공장이 무지막지한 손해를 입게 되었다. 사실 이 상황을 충분히 막을 수도 있었다. 나는 인보이스를 발행하다가 가격이 달라진 것을 알게 되었고 매니저에게 알렸으나 매니저는 그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았다.
결국 매출에서 빵꾸가 나기 시작했고, 사장은 왜 바로 말하지 않았냐며 한탄을 했지만 주니어인 내가 매니저의 승인없이 사장에게 다이렉트로 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매니저에게 상황을 말해주고 어떻게 할지 지시를 기다릴 뿐이었으나 매니저는 그저 본사에서 문제를 알아채서 알아서 고치기를 기다린 것 같다. 그 상황이 답답했던 내가 본사 IT팀에 메일을 보내기도 했지만 무시당했다. 나는 주니어 나부랭이였기 때문에...😵💫
SAP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본사 IT팀과 회의를 하던 때에도 매니저는 적극적으로 문제를 어필하지 않고 흐지부지 끝나기 일쑤였다. 매니저도 가만히 있는데 주니어인 내가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강하게 어필할 수 없었다. 결국 SAP 문제는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았고, 그 문제는 내가 감수하고 있다.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은 매니저가 원망스러웠다. 아무리 본사가 문제인지도 늦고, 해결도 늦더라도 매니저가 나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회사의 손실을 막기 위해서 시스템 관련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어필했다면 아무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더라도 그것만으로도 감사했을 것 같다. 매니저한테 혼나는 것도 싫지만 두번째 매니저처럼 나를 철저히 무시하고 다른팀 팀원인 마냥 아무런 관심을 주지 않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일적으로 발전이 없었고, 내가 잘하고 있는건지 아닌건지 피드백도 없어서 혼자 길을 잃은 것 마냥 답답하고 힘들었다.
나도 언젠가는 시간이 흘러 매니저의 위치로 올라가고 내 아래 직원들을 관리하게 될텐데 조금 두렵다. 배울 점도 많고 팀을 위해 책임감있게 일하는 매니저가 되고 싶다.
'커리어 노트 📈 > 외국계 영업관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본사 동료 직원의 퇴사 이메일 (0) | 2022.08.30 |
---|---|
청년내일채움공제 2년형 만기 타임라인 (2020년 가입 기준) (0) | 2022.08.29 |
나를 구렁텅이에서 끄집어 내는 방법 (0) | 2022.08.29 |
Admin잡/소통전무회사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이유 (0) | 2022.08.29 |
5년 후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0) | 2022.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