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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노트 📈/외국계 영업관리

5년 후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by Hayley S 2022. 8. 28.

20대 중후반 격정의 시기를 한국에서의 첫 회사에서 보내게 되었다.

어쩌다 흘러흘러서 여기에 있게 되었는데 내 모습을 잃어가는 것 같았고,

일도 관계도 모든 것이 엉망이었고, 자존감이 바닥을 쳐서 얼굴은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한국에서의 첫 직장은 경기도 공단에 위치해있었고, 그래도 해외영업이니까 배울 점이 많을거라 생각하고 입사했지만 사실 영업관리직이었다. 당시에는 C사 2차면접까지 봤지만 가망이 없다고 느꼈고, 중소기업 몇 군데 면접보다가 주변인들 일하는 모습에 급한 마음으로 입사를 결정한 것이 컸다.

 

 

싱가포르에서 영업직으로 나름 최전방에서 일하다가 공단에서 비주류가 되는 느낌이 들어서 매일매일 현타가 왔다.

나는 그렇게 경기도에서 2년 7개월동안 "나도 메이저로 가고 싶다."라는 꿈을 가슴 속에 품고 살았다. 가슴 속 한이 맺힐 정도로 내 인생만 안 풀리는 것 같았다. 간간히 슬럼프를 느끼기도 했었지만 다행히도 계획을 짜야 살 수 있는 내 성격 덕분에 꾸준히 탈출구를 찾았고, 크게 대학원/이직 두 가지 카테고리로 도전해왔다.

 

내일채움청약 만기 전까지는 퇴사/이직을 고려하진 않았다.

가족 친구없이 경기도 공단 어딘가에 홀로 남아 버틴 고생이 청약만기금이라도 받아야 보상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직은 공격적으로 진행하진 않았고, 오퍼를 받았지만 청약만기보다는 메리트가 없다고 생각해서 중견 외국계 화장품 회사도 마다했다. 

이직 시도는 주로 나의 SNS '링크드인'을 이용했고, 구인이 급한 곳은 보통 지원하고 이틀-일주일 후에 연락이 왔지만, 보통의 프로세스의 경우에는 한달 이후에 메일이 오기 시작하는 것 같다. IT업계로 가고싶어서 Cisco, IBM도 도전은 해봤다!ㅋㅋ그렇지만 당연히 떨어졌다. 링크드인으로 총 50군데정도 지원했고, 연락 온 곳은 대부분 Sales Admin 혹은 CS직무였다. 당연하지만 현재 업무와 비슷한 업무만 연락이 왔다. 면접관은 내 경력 중에서 SAP, Oracle과 같은 ERP시스템을 사용한 경험, 고객 관리 경험, 영업팀 지원 업무를 높이 샀다.

하지만 나는 더이상 Admin업무를 하고 싶지 않았다.

이직을 시도 했던 이유는 내 가치를 증명해보고 싶었고, 청약 만기도 곧 돌아오는데 만약 대학원이 안될 경우 그 다음 거처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대학원의 꿈을 놓지 못했던 것 같다. 마음 한 구석에 2018년에 합격해놓고 안갔던 영국 석사가 항상 아쉬웠고, 지금의 모습이 싫어서 만일 대학원을 갔었더라면 어떻게 살았을까 상상했다. Admin 일은 더이상 하기 싫었는데 한국에서는 유독 나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었고, 더 나은 기회 그리고 더 좋은 회사에 갈 방법이 없다고 느꼈다. 오히려 해외취업이 더 쉽게 느껴졌다. 이직 인터뷰를 몇 개 보고 나서 상처를 받기도 했다. 인격 모독, 학벌과 경력 비하발언도 들으면서 한국기업의 문화가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싱가폴 APAC 본사 사람과 면접을 봤는데, 너무나도 편하게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면접이 끝나기 전에 APAC 매니저는 나를 다음 스테이지로 올릴 테니 다음 면접을 위해 회사에 관하여, Solution Sales를 공부하라는 팁까지 알려줬다.

내가 해외취업을 하고 싶은 이유는 타국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과정에서 자존감이 높아지고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적어도 나에게는 한국보다 더 기회가 있는 느낌이다. 노력으로 쟁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싱가폴/영국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준비했다. 싱가폴 대학은 GRE를 준비해야해서 공부를 조금 해보았었는데 정말 어려웠었다. GRE 단어 무슨일ㅠㅠ 회사다니면서 퇴근 후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스터디카페가서 어린 친구들과 공부도 해보고 하루 빨리 이 곳을 뜨려면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일념하나로 열심히 했던 것 같다. 메이저로 가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여러가지 계속 시도해보는데 아무런 성과가 안보일 때는 정말 힘들었다. 계속 문을 두드리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을 때, 정말 내 가치는 여기에서 일하는 건데 괜한 도전을 하는 건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럴 때마다 엄마가 많은 격려와 조언을 해주었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해주었다.

힘든 시간들을 겪어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았다.

대학원도 떨어지고 이직도 안되면 어쩌지하는 불안함때문에 영국 워홀까지 신청했고, 운좋게 합격했다. 나의 플랜C가 확정되면서 조금 마음이 편해지려고 하던 때, 운동다녀와서 주차하고 워치 알람이 오는데! 갑자기 뭔가 느낌이 왔다. "Your offer~"라고 시작하는 문자가 보였다.

내가 정말 가고 싶었던 영국 비즈니스 스쿨에 합격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눈물은 쏙 들어갔지만 울컥했다. 합격 소식을 바로 엄마에게 전화해서 알렸다. 오랜만에 겪는 성취감이었고 나의 노력과 가치를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나를 알아봐줘서 너무나도 감사했다.

지메일을 열어서 천천히 읽어보는데 장학금까지 받게 되었다. 학비의 25%라니! 너무나도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이 모든 것은 나만의 노력이 아니라 부모님의 지지와 응원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올해 9월에 영국으로 출국하게 되었다. 계속 도전하고 꾸준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5년 후 내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과연 영국에서 Consultant로 일할 수 있을까?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