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회사에 근무하는 2년 7개월동안 어떤 일이 나와 맞는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인지’
‘내가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지’
‘내가 잘하는 일이 뭔지'
내가 이 회사에서 근무하는 동안 몇 없었던 행복했던 순간은
- 외국 지사 동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어떤 문제에 대하여 논의하고 함께 해결해나갈때 + 해결완료 후 땡큐인사를 서로 건낼 때 협동 화합 팀플레이
- 매니저 부재동안은 내가 매니저의 백업을 해야했다. 매니저는 나에게 가이드라인을 준 적은 없지만 내가 스스로 알아내서 급한 일들을 해결했을 때 성취감 성장성
- 쓸모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Oracle ERP 시스템을 다루면서 세일즈 레포트를 위해 데이터를 추출하고 가공하여 엑셀 툴을 사용하여 Monthly 레포트 작성을 끝냈을 때 시스템 사용 능력 향상, 결과물이 눈에 보일 때
이런 순간에 내가 이 회사에 있어야 할 이유를 알게되면서 존재감을 느끼며 성취감과 행복을 느꼈던 것 같다.
나는 일을 사랑하고 잘해내고 싶은 욕심이 많았던 것 같다. 일을 할 때만큼은 정말 누구보다도 열정적이고 빨리 배울 자신이 있었다. 더불어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소프트스킬들은 Sales Admin잡에는 거의 필요없었다. 그냥 새로운 발상과 결정을 할 것도 없이 1부터 10까지 정해진 루틴대로만 실수없이 불만없이 해내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업무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직무 변경을 간절히 원해왔다. 내 커리어가 이렇게 시작해서 이렇게 끝날 수는 없었다. 대학원을 진학하고 더 배워서라도 새로운 기회, 내가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직업을 가지고 싶었다.
처음에 두번째 회사에 입사해서 의아했던 것은 정말 커뮤니케이션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입사 후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인데 교육은 커녕 사적인 말도 안섞으려고 했고, 공유폴더에 있는 전임자가 남기고 간 파일만 들쳐보면서 메일 히스토리를 읽으면서 매니저가 시키지 않았지만 스스로 하나하나 메일을 보내봤다. 아무말 없이 지나가는 별 문제 없는 걸로 이해하기로 했다. 출근하면 인사말고는 일절 말을 하지 않았다. 기본적인 일 이야기, 사적인 이야기 조차 없었고, 심지어 내 업무 태도나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피드백도 단 한번도 들을 수 없어서 입사 후 1년 간은 정말 답답했었다. 매니저의 성향이 각자 주어진 일만 하고 빨리 퇴근하자는 마인드였고, 문제가 생겨도 묵인하고 해결하려는 의지조차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매니저는 이 회사에서만 근무한지 거의 20년 가까이 되어가고 있었고 정년을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스스로 혼자 배우고 혼자 익히려고 노력했다. 어차피 Admin잡이기 때문에 반드시 상사로부터 배워야만 알 수 있는 테크니컬한 스킬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외로운 싸움을 혼자 하고 있었다. 나는 다음 회사를 들어간다면 반드시 큰 조직에 들어가서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에너지를 얻고 싶다고 느낄 정도로 외로웠다.
물론 여기서 왜 너가 먼저 물어보지 못했냐고 묻는다면, 내 매니저는 이 회사에서 재직기간이 18년 이상으로 여직원들 사이에서는 거의 왕언니였다. 내가 먼저 차장에게 다가가서 물어보기도 했었지만 차장이 귀찮아하고 싫어하는 내색을 보게되어 그 다음부터는 용기내기가 어려웠다. 가장 나이가 어리고, 가장 연차가 낮은 내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이 없는 회사 분위기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해보려고 시도를 할 수 있었을까. 원체 회사 분위기가 커뮤니케이션이 없었고 직원을 키우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일단 중소기업에다가 대부분의 직원이 연차 10년 이상 재직중이었다.) 신입에게 관심을 주고 일을 가르쳐서 성장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런 외로운 싸움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자존감도 낮아지고, '내가 문제인건가? 내가 맘에 안들어서 차장이 말을 안거는건가?' 별의별 생각을 다해봤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정말 나는 내 자신이 알정도로 노력해왔고, 차장과 가까워지기 위해 차장스타일을 존중해주고 혼자 배워서 혼자 알아서 했다.
내가 다음 회사로 정말 피하고 싶은 조직은 소통이 전무한 회사이다. 사적인 이야기나 가십거리로 히히덕거리며 친분을 쌓아가고 싶다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일하는 회사에 왔고, 함께 일하는 팀원이 있다면 어떻게 분담을 해야할지, 서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또 해야할지를 얘기했으면 한다. 제대로된 업무 분담이 이뤄지지 않고, 소통도 전무하여 중복된 이메일이 보내지기 일쑤였다. 적어도 매니저는 아래 사람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지켜봐주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지적을 해주고, 잘한 부분이 있으면 격려를 해주는 그런 커뮤니케이션이 있었으면 했다.
2년 7개월간 쉽지 않은 회사생활이었지만 그래도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그 다음 회사를 결정하는데에 있어 기준이 생기기도 하고, 어떤 일을 해야 내가 만족할 수 있을지 알게 되었다. 그간 속앓이도 많이 했지만 나 자신에 대해 더 탐색하고 어떤 환경에서 내가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 알게되었다. 어느 조직에 가던지 힘든 일은 있겠지만 이제는 큰 조직에서 많은 사람들과 일하며 성장할 수 있는 회사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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