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새에 벌써 한 주가 다 지나갔었다. 이번 한 주는 정말 심적으로든 체력적으로든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화요일에는 영국에서 처음으로 Business Analyst - Technology 직무로 인터뷰를 봤고, 목요일은 졸업식이라 오랜만에 학교에 다녀왔었다. 저번주 주말의 나는 이번주가 이렇게나 힘들줄은 상상도 못했다.
지난 주말에 면접을 준비한다고 집 앞 카페가 갔었다. 우리가 앉고 얼마 안지나서 뒤 자리에 중국인 커플이 앉았었는데 처음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더니 움직일 때마다 2달을 안씻은 악취가 진동했다. 게다가 커플이 쌍으로 기침을 그렇게 해대고 있었다. (그리고선 얼마 안지나서 카페 소파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내가 동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적어도 영국에서는 같은 그룹으로 엮이는 것이 정말 극도로 화가난다.) 나는 중요한 일을 앞두고서는 컨디션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감기를 정말 조심하려고 하기 때문에 다른 자리로 옮겨갔었다. 그런데 남친은 그 자리에 계속 머물렀고 결국 그는 감기가 아니라 독감에 걸리고 만다. 함께 지나다보니 나 역시도 약한 감기기운이 있었고, 두통을 동반했다.
그리고 또 하나, 예상치 못한 문제가 또 발생하는데 그건 바로 제로이드 크림 부작용이었다. 내 피부가 약한 편이기도 하고, 햇빛에도 예민한 편이라서 스킨케어류를 항상 좋은 걸로 쓰려고 한다. 그런데 취준생이 좋은 화장품을 살 돈이 어디있겠나. 화장품이 점점 떨어져가니 예전에 한국에서 가져왔지만 쓰지않고 있었던 크림을 꺼내어 한번 썼다. 자기 전에 얼굴과 목에 도포하고 다음 날 일어나보니 얼굴이 퉁퉁 부어올랐고, 아토피가 심한 사람처럼 얼굴이 망가져 있었다. 이게 면접 이틀 전에 발생한 일이었다. 정말 속상했고, 되돌이키기 위해서 얼음찜질도 하고, 세수도 자제했다. 면접 날 아침에도 여전히 눈 두덩이가 부어있어서 속상했었다.
여기까지는 약과에 불과하다. 이번주에 일어났던 일은 이제 시작이다. 면접과 졸업식.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금요일 저녁이 되어도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겠고,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겠고,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할지 너무 막막하고 힘들다.
일주일 전쯤에 면접제의 메일을 받았고, 그 메일 안에는 your CV looks great!이라는 말이 있었고, 나는 기뻤다. 처음으로 지금까지 지원했던 Business Analyst 포지션 업무로 피드백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희망적이었고, 에너지에 가득 차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햇살을 맞으면서 여유롭게 운동을 다녀오고, 아점을 준비해서 먹었다. 그리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학교에 가서 녹차라떼를 한 잔 사서 도서관에서 취업준비를 했다. 그게 나의 루틴이었고, 희망적이고 행복했던 취준기간이었다. 이제는 더이상 이런 생활은 없을 것 같지만.
화요일 오후 1시에 면접이 시작된 후 나는 긴장감을 넘어서서 정신줄을 놓기 시작한다. 그 이유는 망했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할 때부터 였던 것 같다. 면접관은 둘다 시니어급인 Lead Business Analyst와 Developer으로 특정 인종 지칭하는 것을 피하고 싶어서.. 면접관 두명 다 브리티시였다. 그런데 문제는 면접관들이 회의실에 앉아서 한 모니터를 두고 이야기를 하는 형식으로 컴퓨터에 맞대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서 발음이 뭉개지면 웅웅거리는 것처럼 클리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들렸어야 했다. 하지만 나의 리스닝 레벨이 면접으로 다 드러나버렸다. 내가 동문서답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로는 세 가지로 였던 것 같은데 1) 준비해놓은 스크립트 안에서 대답을 하려다보니 질문에 대한 답변이 어색하다. 2) 질문에 대한 인사이트나 평소에 했던 생각이 없었다. 예를 들면 석사에서 배웠던 Innovative한 업무에 적용가능한 아이디어가 있는지? 라는 질문을 받았었다. 3) 준비하지 못한 부분을 자유롭게 말할 영어실력이 안된다.
영국은 영어 네이티브 국가이기 때문에 많은 국제학생들, 해외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온다. 문제는 그렇기 때문에 경쟁이 심하고, 영어실력이 부족하거나 발음이 좋지 않으면 바로 네이티브들이 알아차린다. 특히 브로큰 문장을 말하거나 조금이라도 발음이 부정확하면 바로 알아채린다. 그걸 알기때문에 브리티시한테 말할 때 약간 두려움이 들 때도 있다. 싱가포르도 영어가 공용어인 국가이지만 틀린 영어에 대한 관대함은 훨씬 크다고 느꼈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영어를 못하는 것이 들키는 것이 싫을 때가 많아서 더 위축되고 만다.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면접관들이 질문을 아주 길고, 어렵게 말하는 것은 내 영어실력을 다시 확인하려는 건줄 알고 더더 압박감이 들고 말았다.
면접관들의 스타일이 "학교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했어요?"가 아니라 "너 지금 CV보니까 이런 것도 하고, 저런 것도 한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경험들도 좋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이런 것을 하고 저런 것을 한다. 너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말해줄 수 있어?"와 같이 정확히 어떤 것을 묻고 싶어하는지 헷갈리게 만드는 질문을 던졌다. 결국 나는 내 맘대로 대답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분위기는 싸해졌다. 내가 물은 것은 그게 아닌데라는 듯한 느낌이었다.
면접리뷰를 빨리 해놔야 이번 경험으로 배울 점들을 리스트업 할 수 있는데 지금은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없다. 에너지가 0다. 의욕도 0다. 희망도 0다. 싱가폴로 가고 싶은 마음 100이다. 다음주부터는 당연히 다시 똑같이 돌아가겠지만, 취준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한다는 점은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에너지가 다시 돌아왔을 때 졸업식 리뷰도 써보고, 면접 후기도 써보겠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 방전이라 여기까지만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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