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중순부터 연말까지 한국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후 영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새해를 맞이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다시 취준모드로 돌아와야 했는데, 놀랍게도 시차적응을 너무 잘한 덕에 아침형 인간이 되어버렸다.
아점을 먹은 뒤 학교에 와서 공부를 하거나 공고를 찾았다. 그런데 학교를 나오기 시작한 2일부터는 공고를 봐도 넣을 수 없었다. 아니 지원할 마음가짐이 안 돌아오고, 자신감도 떨어졌다. 그 이유는 이때까지만 해도 취준 감을 되찾기 전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취준기간이 한가하고 자기개발을 할 수 있는 기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전 오산이다. 감을 잃지않도록 꾸준히 해야하고, 망망대해를 떠도는 기분이 들어도 멘탈을 붙잡고 가야한다.
그리고 10일이 되어서 오늘 처음으로 3군데 지원을 마쳤다. 2일부터 9일까지는 쭉 CV 수정을 또 해왔다. CV만 봐도 이제는 징글징글 지겨웠지만 자신감을 다시 올리기 위해서는 CV를 재정비해서 공고에 지원할 자신감을 불러일으켜야 했다. 오랜만에 지원하는 거라서 그런지 시간도 오래 걸렸다. 3군데 지원하는 시간이 거의 4시간 걸렸다. 한 군데는 Easy Apply였던 점을 감안해보면 한 군데 당 2시간 가까이 소요됐다.
그렇게 오랜만에 지원하느라 진이 다 빠져서 오늘은 슬슬 CBAP 공부하면서 마무리 해야겠다 싶을 때 메일이 왔다. 당연히 뭐 또 떨어졌다는 메일이겠거니 했는데...
내 CV를 확인했고 Hiring Manager한테 올리기 전에 연봉과 근무형태를 확인하려는 메일이었다. 10월부터는 Graduate Scheme에만 집중을 했던 탓에 정해진 프로세스를 올라가고 떨어지는 자동응답스러운 메일만 받아보다가 정말 9월 이후에 3-4개월만에 받아보는 메일이었다. 너무 긴장되고 기분이 좋았다. 물론 그냥 하는 말이었을 수도 있지만 I've looked at your CV and it looks great!이라는 한 문장이 그간 CV에 대한 불안감과 떨어진 자신감을 조금 해결해주는 듯한 말이였어서 감사했다.
채용이 안되는 이유가 CV와 커버레터의 문제라고 생각을 쭉 해왔다. Entry레벨 혹은 Associate 레벨로서는 나 정도의 이력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넣어봐도 어떤 답도 듣지 못해서 추가로 업데이트를 할 자격증을 찾아보기도 했고, CV도 엄청 많이 수정하고, 학교 CV팀에 이력서 첨삭도 5번이상 받았었다. 저번주에 받은 첨삭노트에서 드디어 내 CV가 영국 Employer가 원하는 포맷이 맞고, 스킬강조가 잘 되어있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회사로부터 어쩌면 면접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는 긍정적인 메일을 받았다. 그래도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이지 않았다는 느낌을 최근에 받게 되어서 희망적인 기운이 생기고 있다.
24년에 들어서서 이제 10일 지났다. 나는 서른 살이 되었고 새로운 막을 열게된 기분이다. 영국에서의 생활이 아직은 아주 만족스럽지는 못하고, Graduate Visa를 신청을 앞두고서는 더욱 더 마음이 심란했었다. 취업은 가능할지, 영국에서 2년동안 발이 묶인 채로 나는 과연 행복할 것인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행복의 기반에는 안정이 되어야 하는데, 내가 원하는 포지션에 안착할 수 있을지 도저히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겨울이 되어 오후 4시가 되면 칠흑같은 어둠이 드리우기 때문에 불안감과 우울감은 증폭했었다. 따뜻하고 해가 있는 싱가포르가 더 그리워졌던 요즘이었다.
이러한 심리적 불안함이 요동치는 가운데 나는 영국에 남기로 결정을 했고, 영국이라는 나라에 좀 더 정을 붙여보기로 결심했다. 영국사람들과 일해보는 것을 시도도 하기 전에 포기하기엔 아쉽기도 했다. 대학원 시절에는 90%가 국제학생들이라서 팀플을 해도 독일,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홍콩, 이탈리아 등등의 친구들이였기에 실제로는 딱 두명의 영국인과 함께 프로젝트를 해봤었다. 두 친구는 내 기억 속에서 아주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세계 어디를 가도 빌런이 가득한 업무환경이지만, 영국인들과 일하면 정말 일에만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품기도 한다.
어쨌든, 요즘 내 심정은 이러했다. 불안과 우울이 공존했지만 결국 영국에 남기로 결정을 했고, 앞으로 2년 간은 영국에 있을 예정이다. 2년동안 영국에서 Business Analyst라는 경력을 시작하여 발돋움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고, 원하는 일을 하면서 점점 더 행복해지고 싶다. 내 인생에서 가장 커리어로 빛날 시기는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반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그 이후에는 우선순위가 변동되고, 안정성을 더 추구하게 되면서 일에 대한 열정과 패기는 줄어들 것 같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도전하는 지금의 내 모습이 만족스럽고,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24년 서른살이 되어 나는 내가 그토록 원했던 이상적인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는 중이다. 바로 영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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