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적어보는 영국 취준일기. 11월은 스스로 돌아보고 많은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그래도 나름 대학 졸업 후에도 꾸준히 영어 이력서를 정말 많이 써봤었는데, 정말 간과했던 부분이 있었음을 이번에 깨달었었다. 정말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CV 완전 갈아엎기를 20번은 넘게 한 것 같다. 이쯤되면 정말 마지막 수정이겠거니 하면서 하루 이틀 일주일을 걸려서 고쳐놔도 결국 또 다시 갈아엎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반복을 계속하다보니 이렇게 하는게 맞는건가?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하고, 서류에서 광탈을 계속 하다보니까 내 CV의 문제점을 찾고 싶었었고, 유투브 구독하고 있던 MIn님 CV관련 영상을 보고, 아차하고 깨달았다. 그렇게 또 CV 갈아엎기 한번 더했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문제를 짚고 고친건 같다.
또 이번 달은 어쩌면 곧 나에게 주어질 소중한 선택을 신중하고 현명하게 결정하기 위해서 고민을 많이하고, 이력서와 커버레터도 대수정을 두번이나 했다. 이달에 고민했던 이야기 그리고 깨달음들을 기록하려고 한다.
1. 지원하는 포지션 - 하나에 집중하기 or 여러 옵션으로 확률 높이기
내가 지원하는 포지션에 대해서도 대학원 때부터 쭉 고민을 많이 해왔었다. 대학원을 지원할 때부터 과정이 끝나기까지 컨설턴트를 목표로 했었기 때문에, 과정을 마친 직후였던 9월에는 IT Consultnat / Pre-sales Consultant / Solution Consultant / ERP Project Manager / Solution Architect 포지션을 바탕으로 총 37군데 지원했었다. CRM Software 회사에서 Pre-sales Consultant 포지션 면접기회를 한번 얻기도 했었다. 37군데 지원해서 1군데 면접본거는 취준시작치고는 나쁘진 않았다. 그런데 1군데 빼고는 어떤 연락도 없었다. 이때 했던 실수는 저렇게 정말 다른 5개의 포지션을 지원하는데도 CV가 하나였다는 것이다. 누가봐도 한 포지션에 집중하지 않는 중구난방한 임펙트없는 CV였을 것이다.
10월 중순부터는 Graduate Scheme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석사 전공인 MIS와 관련된 Digital, Technology, Information Systems 부문으로 지원을 했었고, Cybersecurity 분야도 함께 지원했었다. 대형 컨설팅 펌은 지원하면 바로 자동으로 Online Assessment 이메일이 날아왔었고, 시험을 보면 보통 4-7일 이내에 불합 이메일을 받았었다. 울학교 커리어페어에 오는 컨설팅 펌 사람들이 인도, 중국애들이 많이 보이고, 링크드인에서도 보면 외국인들이 많아서 가능성을 품고 지원했었는데 모두 온라인 테스트에서 광탈했다. 몇 가지 이유를 감히 추측을 해보자면 아무리 International student이라해도 다 같은 유학생이 아니라 5년이상 거주한 유학생에게 베네핏이 더 있다. 컨설팅 펌들은 고객들과 계약서 작성 시에 정보보안의 문제를 이유로 컨설턴트들이 영국에서 5년이상 거주한 검증된 사람이라는 조항이 있다고 한다. 나만의 추측이기 때문에 아주 확실한 정보는 아니다. Cybersecurity 관련 롤로 금융기관, 보험사 2개 회사 Online Assessment를 통과하고 그 다음 단계로 Video Assessment, Document Verification을 했었는데 결국 마지막 관문인Assessment Center를 통과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10월 취준이 허무하게 끝났었다.
그리고 11월에 들어서는 10월의 Graduate Scheme 불합의 여파로 인해서 혼란을 겪기도 하면서, 스스로 뭘하고 싶었던건지 질문을 던졌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었던게 뭐였지?", "내가 잘하던게 뭐였지?", "나는 하고싶은 일이 아니라 잘하는 일을 해야 행복했었지?" 그리고 더불어 9월, 10월 취준 방법이 어떤 점이 잘못되었던 건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내가 생각한 잘못된 첫번째는 지원하는 롤이 너무 많기 때문에 CV에 한가지롤에 대한 절실함과 전문성이 없을 뿐더러 JD와도 잘 일치하지 않아서 서류 합격이 안되는 것 같다는게 내 결론이었다. 그래서 더 깊숙이 파고들어 내가 하고싶은 일, 잘하는 일을 생각해보려고 했다. 정말 심각한 사안이라서 하루는 정말 이 고민만 했었다. 갑자기 취준모드가 중단되고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면서 좌절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지난 3주간의 고민은 정말 값진 시간이었다. 잊고 지냈던 지난 20대의 발자취들을 다시 하나하나 들춰보면서 당시의 감정과 고민들을 떠올려보니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일, 잘해낼 일이 뭔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이런 긴 고민 끝에 나는 Business Analyst 포지션으로 굳히기로 결정했다. 이제는 흔들리지 않고 한 우물만 파기로 결정했다.
2. 커버레터의 중요성 - 파이널 단계에서 나의 성패를 결정지을 서류
영국 취준을 시작하면서 커버레터라는 것을 처음으로 제대로 써봤던 것 같다. 싱가폴 취업할 때도 커버레터는 제출을 안했었다. 영국은 일반적으로 커버레터 제출을 요구하는 곳이 많다. 나는 사실 커버레터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대충 썼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일일이 JD와 회사에 맞춰서 다시 새로 쓰기가 여간 귀찮은 일이라서 챗지피티의 도움을 받았었다. 이 부분이 정말 크게 후회되는 부분이 아닐 수가 없다. 이번 CV와 커버레터를 대수정을 하면서 느낀 점은 AI의 한계가 크게 있다. 일단 챗지피티가 알려주는 CV 수정부분은 그래마 부분이 크고, 사람이 봤을 때 효과적이고 정확한 표현을 알려주지는 못한다고 느꼈다. 그리고 특히 챗지피티가 쓰는 커버레터의 경우에는 깊이감 없이 글을 쓰며, 회사에 대한 부분은 리서치를 하나도 안한 느낌이 확 나는 제너럴한 설명을 한다. 챗지피티에게 커버레터를 맡기는 바보같은 실수는 다시 하지 않기로 했다.
커버레터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인터뷰에 올라가면 인터뷰어가 내 커버레터를 읽으면서 인터뷰를 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올라가기라도 한다면 이 서류는 분명 읽힐 서류이고, 이를 바탕으로 인터뷰가 진행될 것이다. 거짓은 절대 들어가서는 안될 뿐더러 진심을 담아 성의있게 써내야 했었다. 나는 사실 9월, 10월에는 커버레터는 1차 AI가 키워드로 걸러내는 서류로만 생각해서 회사 리서치는 해보지도 않았고, 회사이름과 포지션명만 바꿔치기해서 제출을 했었다. 커버레터가 CV만큼이나 중요한 서류이고, 최종에서 불합여부를 결정시킬 매우매우 중요한 커버레터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성의있게 간절함을 꾹꾹 담아 잘 써보기로 결심했다.
3. CV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 Action & Result
CV는 나의 백그운드과 업무 경력들을 요약해서 적는 것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나도 말 그대로 내가 했던 모든 일들을 요약해서 넣었었다. 그러다보니 이것저것 다 해본 일관성이 부족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고, 그리고 일 경력란은 JD를 읽는 것처럼 했던 일을 나열해놓아서 지원하는 포지션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이지 않았다.
CV에는 Active 동사를 사용해서 내가 어떤 일을 했고, 그 결과가 어땠는지 보여줘야 한다. 마치 JD처럼 줄줄이 내가 했던 일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수치로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액션들을 적어야 했다.
한 가지 예를 들어서,
수정 전 내용은 '내가 커뮤니케이션을 했습니다.' 라고만 말하는 단조로움이 들고, 내가 보여준 결과가 드러나있지 않다. 그런데 수정 후 내용은 수치적인 결과가 포함되어있고, '7개의 글로벌 지사, 45개 이상의 고객'와 같이 숫자로 명시해서 내가 했던 일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CV에는 반드시 나의 액션 + 결과를 기입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HR팀 입장에서는 하루에도 수백개의 CV를 읽어야하는데 지원자가 가진 역량을 단 5초 만에 파악할 수 있도록 CV를 효과적으로 쓰는 것도 지원자로서 가져야할 역량인 것 같다. 반드시 지원하는 롤의 JD에 명시된 핵심 스킬들이 CV에 잘 녹아들어야 한다. 내가 했던 작은 경험들이라도 관련이 있다면 잘 녹여서 써보자. 다른 경험들이 더 크고 잘했던 일들이더라도 관련이 없다면 과감히 빼버리고, 관련이 있는 작은 경험을 쓰는 편이 낫다. 영국은 정말 직무중심으로 채용과정이 돌아가기 때문에 다른 사사로운 것은 무시하고 무조건 내가 이 포지션 만큼은 자신있다!!라고 강력히 주장하는 CV로 완성시키자.
4. Graduate Scheme에 대한 아쉬움
돌이켜보면 조금 더 열심히 적극적으로 지원해볼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 채용률이 높은 컨설팅 펌에서 모두 광탈을 하면서 나는 여기서 오래 거주한 유학생도 아니라서 더 어려운 것 같다고 스스로 단정지어 버리기도 했었고, 여러군데 떨어지면서 내가 부족해서 안되는 것 같다고 스스로를 깎아내리기도 했었다. 그런데 CV를 한번 수정해서 제출했던 곳에서 Onlinve Assessment를 보라고 메일이 왔었다. 내가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내 CV에 내 강점과 경험들을 잘 녹여쓰지 못했었고, 광탈의 경험으로 위축되어 적극적으로 다른 Graduate Scheme들을 지원하지 않아서 진전이 어려웠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장애물이라고 여겼던 고등학교 성적기입, 모든 회사들이 요구하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지원했던 절반 이상의 회사들은 고등학교 성적을 요구하지 않았다. 컨설팅펌, 은행권들은 요구했었지만 많은 대기업들은 대학 성적만 요구했다. 고등학교 성적 넣는 것을 보면서 기겁을 하며 포기하려고 했었는데, 붙잡고 더 열심히 해봤더라면 최종으로 가는 기회가 좀 더 많았을까?
그리고 가장 큰 비자의 문제의 경우에는 지금까지의 내 경험상 직무에 정말 잘 맞는 지원자라면 지원해주는 것 같다. 잘맞는 지원자가 나말고 로컬도 같은 선상에 있다면 당연히 로컬이 되겠지만. 특히 Graduate Scheme의 경우 비자 필요하다고 체크를 했음에도 Onlinve Assessment 기회를 계속 주는 걸 보면 어느정도 열려있음은 확인할 수 있었다. 면접까지가서 내가 정말 이 롤에 적합한 사람인지만 증명하면 기회가 주어지는 것 같다.
총 두번의 Video Assessment를 봤었다. 역시 처음보다 두번째 비디오 면접이 덜 긴장되고 좀 더 자신감이 붙었었다. 역시 취준과정에서도 경험이 큰 자산이 되나 보다. 조금씩 조금씩 뭔가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기까지 했다. 하지만 여전히 드는 생각인 '더 열심히 준비해볼걸'이라는 후회는 어쩔 수 없다.
벌써 11월 30일이다. 취준을 시작한지 정확히 3개월이 흘렀다. 깨달아가는 과정 속에서 나 스스로도 배우는 것이 많았고, 되돌아 보는 시간 속에서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취준 초반에는 '언젠가는 되겠지'라는 생각이 지배했었는데 사실 이 생각은 무책임한 생각이었다. '이번 기회는 정말 소중해. 앞에 주어진 기회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꼭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지원하자.'라고 임해야 겠다고 생각한다. 길어지는 취준기간을 안일하게 흘러만 보내지 않고, 기회 하나하나에 진심을 담아서 지원해야겠다. 그렇게 해야 내 진심이 통하고 기회가 주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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